평소 감기 몸살을 자주 앓았던 A씨(55·남)는 감기 몸살 기운이 생기며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또다시 단순한 감기 몸살일 거라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 며칠 후 통증은 점점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고,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겨 결국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 결과는 대상포진이었다. 다행히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 통증이 많이 호전됐지만, 조금만 더 늦었다면 극심한 통증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대상포진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특히 고령층에서 그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국가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는 약 74만 명의 대상포진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5% 증가한 수치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 이상의 환자가 전체 환자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고령층에서의 발병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상포진이란?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어린 시절 수두에 걸렸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포진의 위험이 있는데, 이는 수두가 회복된 후에도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다시 활성화되어 발생한다.
대상포진의 주요 증상은 초기에는 발열, 피로감, 두통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후 피부에 통증을 동반한 발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 발진은 주로 몸의 한쪽 면에 띠 모양으로 발생한다. 발진이 수포로 발전하고, 수포가 터지면서 딱지가 생기기까지 약 2주에서 4주가 걸리는데, 가장 큰 문제는 신경통이다. 이는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지속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몇 년간 지속될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이나 당뇨, 관상동맥질환 등 만성질환자, 암환자, 장기 이식을 시행한 환자 등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발병률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1.3배 높이는데 특히 안면부 대상포진의 경우 뇌졸중의 위험도가 4배 이상 증가한다.
대상포진의 치료
치료는 스테로이드, 항바이러스제제 등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항바이러스제제는 대상포진 바이러스와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 치료에서 필수적이다. 만성통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경통이 중추 신경계로 전달되는 경로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약물 치료도 필요할 수 있다.
통증이 심하거나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경차단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주변 부위를 국소마취한 후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이는 시술이다. 신경차단술은 바이러스가 침투한 부위에 따라 다르게 시행된다. 크게 통증을 느끼고 통증 감각을 전달하는 세포가 모인 곳인 후근 신경절 주위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경막외 신경차단술이나 척추 후근 신경절 차단술, 척추 신경절에서 말초 신경부 사이에 약물을 주입하는 말초신경 차단술, 통증이 유발되는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영상 증폭기나 초음파를 활용해 신경을 직접 확인하며 약물을 주입한다. 심할 경우 보통 주 1~2회 시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만성 통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를 병행해 시행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의 예방
대상포진의 예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은 기본이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며, 둘째는 백신 접종이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은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특히 만 50세 이상 성인에게 권장되고 있는데, 백신 접종은 대상포진의 발생을 줄일 뿐만 아니라, 발생하더라도 증상의 심각도를 낮출 수 있다.
대상포진 예방을 위한 백신에는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있는데, 바로 생백신과 사백신이다.
이 두 백신은 각각의 장점과 차이가 있어, 개인의 건강 상태와 전문의 권장 사항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생백신 (Zostavax): 생백신은 약화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
장점
1. 오랜 사용 기록: Zostavax는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승인된 이후 오랜 기간 사용되어왔고,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풍부함.
2. 단일 접종: 대부분의 경우 한 번의 접종으로 충분한 면역 효과를 제공함.
3. 즉각적인 면역 반응: 생백신은 접종 후 빠르게 면역 반응을 유도하여 보호 효과를 나타냄.
단점
1.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제한: 면역력이 약한 사람, 예를 들어 암환자나 면역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는 생백신 사용이 제한됨.
2. 재발 방지 효과 제한: 생백신은 대상포진 재발을 완전히 막지 못할 수 있으며, 특히 나이가 많은 환자에서 재발률이 높을 수 있음.
사백신 (Shingrix): 사백신은 비활성화된 바이러스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장점
1. 높은 예방 효과: Shingrix는 90%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내며, 특히 70세 이상에서도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함.
2. 장기적인 보호: 임상 연구에 따르면, 사백신은 장기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보호 효과를 유지함.
3. 면역력이 약한 사람도 사용 가능: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면역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도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음.
단점
1. 복수 접종 필요: Shingrix는 두 번의 접종이 필요하며, 첫 번째 접종 후 2-6개월 사이에 두 번째 접종을 받아야 함.
2. 일시적인 부작용: 사백신 접종 후 일시적인 근육통, 피로감, 주사 부위 통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
3. 비용: 사백신의 경우 생백신보다 비용이 높을 수 있음.
대상포진 백신 차이점 요약
1. 백신 구성: 생백신(Zostavax)은 약화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사백신(Shingrix)은 비활성화된 바이러스 단백질을 포함한다.
2. 접종 횟수: 생백신은 보통 한 번의 접종으로 충분하지만, 사백신은 두 번의 접종이 필요하다.
3. 적용 대상: 생백신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사백신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도 접종 가능하다.
4. 효과 지속 시간: 사백신은 장기적인 보호 효과가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5. 부작용: 사백신은 생백신보다 부작용이 더 강할 수 있으며, 주사 부위 통증과 같은 일시적인 부작용이 흔하다.
6. 대상포진 예방을 위한 백신 선택은 개인의 건강 상태, 연령, 면역력, 과거 병력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사와 상담하여 적합한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은 비접종자에 비해 대상포진 발병률이 현저히 낮았으며, 발병하더라도 통증의 강도가 약하고 회복 기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백신의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한 수준으로, 주사 부위의 통증이나 발적 정도에 그친다.
예방 외에도,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투여하면 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통증을 줄이며, 합병증 발생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대상포진 증상이 의심되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상포진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특히 더 주의가 필요하다. 가족 중에 대상포진 환자가 있다면,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예방 방법을 실천하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히 대처한다면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도움말/ 마취통증의학과 양근영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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