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아이들의 성장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 비해 사춘기 발현 시기가 빨라지는 ‘성조숙증’ 진료 인원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조숙증 환자는 2014년 약 9만7000명에서 2023년에는 약 25만2000명으로 2.6배가량 늘어났다. 이는 더 이상 성조숙증이 일부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하며,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성조숙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조숙증은 또래 아이들보다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 즉 2차 성징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증상을 보일 때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성조숙증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소아비만’이 꼽힌다. 과도한 지방 세포는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렙틴 호르몬을 증가시켜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소아비만 증가의 배경에는 패스트푸드, 고열량 음식 섭취 증가 등 서구화된 식습관이 자리 잡고 있다.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플라스틱, 살충제, 통조림 캔 등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은 체내에서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방해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유전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는데,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던 경우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 역시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성조숙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성별에 따른 원인의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여아의 경우 약 90%는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특발성 성조숙증인 반면, 남아는 뇌종양 등 기질적 원인이 발견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성별에 따른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일시적으로 키가 빨리 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결국 최종 성인 키는 작아질 수 있다.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와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의사는 아이의 성장 발달 과정과 2차 성징 발현 시기, 가족력 등을 확인하고, 신체 계측과 함께 2차 성징의 진행 정도를 평가한다. 손목 X-ray 촬영을 통해 뼈의 성숙도를 평가해 실제 나이와 비교할 수 있으며, 혈액 검사를 통해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 수치를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자극 검사를 시행해 확진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특발성 성조숙증은 성호르몬 억제제를 사용해 사춘기의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이는 아이의 성장 기간을 늘리고 최종 성인 키를 예상치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호르몬 억제제는 주로 4주에 한 번 주사하는 방식으로 투여되며, 치료는 보통 2년에서 5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2차 성징이 조금 빠르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하는 것은 오히려 키 손실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조숙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대처하면 건강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변화에 관심을 갖고, 의심 증상이 보이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함께 실천하고, 아이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홍현정(에스엠지연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