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급속한 생활 변화와 함께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386만여명에서 2021년 486만여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40~50대 중년층이 전체 진료환자의 44.6%를 차지하고 있어,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층에서 이 질환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
역류성 식도염은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위장에는 위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점막이 존재하지만, 식도는 이러한 보호막이 없어 위산에 노출되면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생리학적 특성으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은 방치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의 발병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 저하이다. 하부 식도 괄약근은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근육 고리로, 평상시에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도록 문지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괄약근의 압력이 감소하거나 일시적으로 이완되는 빈도가 증가하면 위산이 식도로 쉽게 역류하게 된다.
현대인의 생활습관은 이러한 하부 식도 괄약근의 기능 저하를 가속화한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이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복압을 증가시켜 위산 역류를 촉진한다. 스트레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고 식도 괄약근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특히 40~50대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 스트레스, 과도한 음주와 흡연, 불규칙한 식사 패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역류성 식도염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
음식과 식습관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름진 음식, 초콜릿, 페퍼민트, 과도한 알코올 등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저하시키고, 커피의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역류를 악화시킨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섭취하는 모닝커피는 이미 위산이 많이 분비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자극을 가해 역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은 단순한 속쓰림을 넘어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중앙에서 목까지 타는 듯한 느낌의 속쓰림(흉부작열감)이다. 이 증상은 특히 식후나 누워있을 때 심해지며, 환자들은 ‘가슴이 화끈거린다’, ‘명치가 타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신트림과 신물 역류 또한 흔한 증상이다. 위산이나 소화된 음식물이 입이나 목으로 역류하면서 쓴맛이나 신맛을 느끼게 되며, 이로 인해 구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목에 뭔가 걸린 듯한 이물감, 목 아픔, 목소리 변화, 만성 기침도 자주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이 밤시간에 더욱 악화된다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의 전면적인 개선이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지속적인 생활습관 관리가 병행되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과식을 피하고, 하루 4~6회 소량씩 나누어 먹는 것이 위 부담을 줄인다. 식사 후 최소 3시간 이내 눕지 말고, 취침 2시간 전에는 금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름진 음식, 커피, 알코올 등은 피해야 하며, 고지방 식품도 주의해야 한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복압을 높여 역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체중 관리가 필수다. 수면 시에는 왼쪽으로 눕고 상체를 10~20㎝ 높여 위산 역류를 줄인다. 스트레스 관리, 금연·금주도 증상 완화에 중요하다.
문보현 (에스엠지 연세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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