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철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우리가 흔히 뇌졸중을 겨울철 질환으로 여기지만, 최근 연구와 통계에 따르면 여름철에도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가 7~8월에 41만명으로 겨울철 1~2월 39만명보다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폭염이 뇌졸중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은 탈수로 인한 혈액 농축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대량의 땀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혈액의 점도가 높아진다. 끈끈해진 혈액은 혈전(피떡) 형성을 촉진해 뇌혈관을 막을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사망률이 16% 증가하고, 뇌졸중 사망자 비율은 2.3%에서 5.4%로 2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체온 조절 과정에서 혈관이 팽창하게 되어 혈압과 혈류 속도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로 인해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뇌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실내외 온도차가 10℃ 이상 나는 경우 급격한 혈관 수축으로 인한 혈압 상승이 뇌졸중을 직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여름철 뇌졸중에 특히 취약한 고위험군은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고지혈증 환자들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땀 배출로 체액이 감소하면 떨어진 혈압을 회복하기 위해 심박동수와 호흡수가 증가해 심장에 부담이 가중되고 탈수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갈증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져 체내 수분이 부족해도 이를 잘 느끼지 못하므로 더욱 위험하다. 또한 비만, 흡연자, 잦은 음주자도 혈관 건강이 취약해 여름철 뇌졸중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으로, 1분 전까지 정상이었더라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쪽 얼굴, 팔,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마비 증상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 말을 이해하지 못함 △갑자기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시야의 반이 사라짐 △갑자기 경험해본 적 없는 극심한 두통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이나 균형감각 상실 등이다.
이러한 증상을 쉽게 기억하기 위해 ‘FAST 법칙’을 활용하면 좋다.
F(Face): 웃을 때 얼굴 좌우 모양이 다른가요?
A(Arms): 두 손을 앞으로 뻗을 때 한쪽 팔이 떨어지나요?
S(Speech): 발음이 어눌하고 대화를 잘 이어가지 못하나요?
T(Time to call 119): 한 가지 증상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세요.
뇌졸중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절대 스스로 진단하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3~4.5시간 이내이며, 빠른 치료를 받을수록 후유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름철 뇌졸중 예방의 핵심은 충분한 수분 섭취이다. 하루 1.5~2ℓ의 물을 1~2시간 간격으로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수분을 보충해야 하며, 외출이나 운동 후에는 반드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차는 절대 10℃를 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혈관에 스트레스를 주어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인다. 특히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더운 곳에서 갑자기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찬물로 샤워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단도 중요하다. 염분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고, 과일, 채소, 통곡물 등을 충분히 섭취해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권한다.
여름철 폭염은 단순히 더위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뇌졸중의 위험 요소이다. 탈수로 인한 혈액 농축, 급격한 온도 변화, 혈관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뇌졸중 발생률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섭취, 적절한 온도 관리,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뇌졸중 전조증상을 숙지하고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생명을 구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올여름, 뇌졸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예방 수칙을 실천하고 위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정운(에스엠지 연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