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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족부괴사’의 심각성

보도일 2026-01-19 조회 37 언론사 경남신문 관련링크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이 높아지는 질병이 아니다. 우리 몸의 혈관과 신경, 면역 체계를 서서히 약화시키며 다양한 합병증을 불러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섭고, 때로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바로 ‘당뇨족부괴사’다. 당뇨병 환자의 발에서 시작된 작은 상처 하나가 시간이 지나면서 붓고, 진물이 나고, 결국 곪거나 살과 피부가 검게 죽어가는 괴사 과정을 종종 진료실에서 목격한다. ‘별일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이, 상처는 깊어지고 감염은 뼈까지 퍼지면 단순한 상처 치료로는 회복이 어렵고, 발가락이나 발을 절단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괴사가 생기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혈류 장애, 신경 손상, 그리고 감염 세 가지가 겹쳐지기 때문이다. 높은 혈당은 혈관 벽을 손상시켜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게 만들고, 발끝과 같은 말초 부위는 산소와 영양 공급이 부족해진다. 당뇨병이 오래될수록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둔해지는데, 이로 인해 상처가 나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하게 된다. 높은 혈당은 체내 면역 기능까지 저하시켜 세균 감염에 취약한 상태를 만든다. 결국 이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 작은 상처가 회복되지 못하고 썩어들어가 괴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뇨족부괴사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발의 감각이 둔한 환자는 매일 자신의 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발톱 주변이나 발바닥, 발가락 사이에 작은 상처나 물집이 생기지 않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2주 이상 상처가 낫지 않거나, 발 색깔이 검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한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발이 붓거나 고름이 나고, 냄새가 심해지는 경우 즉각적인 의료 조치가 필요하다.

 

치료는 단순히 괴사 부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발 전체와 혈류 상태, 전신의 대사 조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형외과, 내분비내과, 혈관외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요한 이유다. 치료의 첫 단계는 혈당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고혈당 상태에서는 세포의 회복력과 면역 기능이 떨어져 어떤 치료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혈류의 회복이다.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혈관성형술이나 우회수술을 통해 산소와 영양이 다시 발끝까지 충분히 공급되도록 해야만 상처 치유가 가능하다. 괴사된 조직이 있다면 철저히 제거하고, 깊은 부위에 세균 감염이 확인되면 항생제를 병행해 치료한다. 감염이 뼈로 확산된 골수염이 있는 경우에는 절단이 불가피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당뇨족부괴사는 철저한 예방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발을 매일 살피는 습관을 들이고, 맨발로 생활하지 않으며, 너무 꽉 끼는 신발은 피해야 한다. 족욕을 할 때도 물이 너무 뜨겁지 않은지 반드시 손으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발톱을 너무 짧게 깎지 말고 모서리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혈당 조절이다. 규칙적인 식사, 꾸준한 운동, 그리고 정기적인 혈당 모니터링이 당뇨족부괴사를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흡연 역시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혈류를 악화시키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24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15%는 평생 한 번 이상 당뇨발을 경험하며, 그중 일부는 절단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로 절단 위험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작은 상처 하나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매일 자신의 발을 살피는 것, 그 작은 습관이 발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

 

도움말 : 정형외과 전문의 김민규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