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몸이 아플 때 증상을 완화하고 질환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같은 약이라도 어떻게 복용하느냐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약을 정해진 시간에 맞지 않게 먹거나,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임의로 끊거나, 물 대신 다른 음료와 함께 복용하는 습관은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예상치 못한 불편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약은 단순히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 엄수는 기본, ‘생체리듬’에 맞춘 복약 원칙= 과거에는 ‘식후 30분’ 복용이 일반적인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복약 편의성을 고려해 ‘식사 직후’ 복용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소염진통제나, 음식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가 더 잘되는 약물은 식사 직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공복 상태에서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다. 일부 제산제나 결핵 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는 음식물이 있을 경우 약효가 크게 떨어질 수 있어, 식사 1시간 전이나 식후 2시간 이후처럼 위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복용해야 한다. 또한 복용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하루 3회 복용하는 항생제는 단순히 식사 시간에 맞추기보다 8시간 간격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혈중 약물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은 최고의 동반자, 다른 음료는 잠시 멀리하기= 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물’과 함께 삼켜야 한다. 미지근한 물 한 컵 정도(투명한 유리컵 기준 가득한 양)를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으며, 물의 양이 부족하면 약이 식도에 머물러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주스, 커피, 우유 등은 약과 함께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일 주스는 일부 고혈압약이나 고지혈증 치료제의 대사를 방해해 약물 농도를 높이고 부작용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커피나 녹차에 포함된 카페인은 감기약이나 소염진통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두근거림이나 불면을 유발할 수 있다.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 역시 일부 항생제나 감기약의 흡수를 방해해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내 마음대로’ 판단은 가장 위험한 습관= 약물 복용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변경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항생제나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는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항생제를 중간에 중단할 경우 일부 균이 살아남아 재증식을 일으키거나, 내성균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약을 쪼개거나 씹어 먹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일부 알약은 체내에서 서서히 약물이 방출되도록 설계된 ‘서방정’이나,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흡수되도록 코팅된 ‘장용정’ 형태이다. 이러한 약을 임의로 부수거나 씹어 복용하면 약물이 한 번에 방출되어 부작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삼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하여 시럽제나 분말제 등 대체 제형으로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을 복용하는 기간 동안 음주는 피해야=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술과 약을 함께 복용하면 위장장애, 위장출혈, 간 손상, 저혈압, 심한 졸림 같은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특히 감기약, 진통제, 항생제, 수면제, 혈압약 등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음주 전후에는 약을 임의로 복용하기보다, 복용 중인 약의 종류를 확인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일반적으로는 약을 복용하는 기간 동안 음주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 먹는 시간을 놓쳤다고 연달아 복용하면 안돼= 임의로 연달아 복용하거나 한 번에 두 번 분량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약 복용 시간을 놓쳤을 때는 생각난 시점과 다음 복용 시간 사이의 간격을 보고 판단해야 하며, 다음 복용 시간이 너무 가깝다면 건너뛰고 원래 일정대로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항생제나 혈압약, 당뇨약처럼 복용 간격과 용량이 중요한 약은 약효가 과해지거나 부작용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놓친 약을 보충하겠다며 연속해서 먹어서는 안 된다.
◇올바르게 복용하는 것만큼 올바르게 관리해야= 약을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약은 햇빛이 강하게 드는 곳이나 습기가 많은 욕실, 자동차 안처럼 온도 변화가 큰 장소에 두면 품질이 변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약을 한 통에 섞어 보관하거나, 포장을 뜯은 채로 오래 두는 습관도 피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나 남은 약은 복용하지 말고 복약 상담 후 정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경민 에스엠지 연세병원 약사는 “결국 약을 안전하게 복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방받은 대로, 정해진 시간에,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습관 하나가 약효를 높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부작용을 줄이기도 합니다. 약은 몸을 낫게 하기 위한 도구인 만큼, 정확히 알고 복용하는 태도가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처방받으신 약이나 드시고 계신 영양제가 있다면, 복용법을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도움말= 조경민 에스엠지 연세병원 약제과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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